2012년 3월 13일 화요일

세네카의 행복론 인생이 왜 짧은가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천병희 옮김 - 숲

인생은 과거, 현재, 미래의 세 시기로 나뉘지요.

그 중 현재는 짧고, 미래는 불확실하며, 과거는 확실해요.

왜냐하면 과거에 대해서는 운명도 힘을 잃었고,

과거는 어느 누구의 자의(恣意)에도 종속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분주한 자들은 이 부분을 놓치고 있어요.

그들에게는 과거를 뒤돌아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후회스러운 시기를 회고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테지요.

------------------------------------------------------ ( 2012-02-28 13:30 )

야심 때문에 욕심을 부리고, 교만하여 경멸하고, 절제 없이 남에게 이기고,

음흉하게 속이고, 탐욕스럽게 약탈하고, 물 쓰듯 낭비한 적이 있는 자는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과거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이미 봉헌된 신성한 부분이며,

인간에게 닥칠 수 있는 모든 우연을 초월하여 운명의 지배에서 벗어나 있어요.

과거는 궁핍에도, 두려움에도, 질병의 엄습에도 동요하지 않지요.

과거는 방해 받을 수도 빼앗길 수도 없지요.

과거는 지속적이고 근심걱정 없는 재산이지요.

현재의 날들은 하루씩 다가오며, 그 하루는 순간순간으로 다가오지요.

그러나 과거의 날들은 그대가 명령하기만 하면 모두 한꺼번에 다가와서는

마음대로 관찰하고 붙잡도록 내버려둘 것이요.

하지만 분주한 자들은 그럴 시간이 없지요.

------------------------------------------------------ ( 2012-02-28 13:36 )

p.50

부모는 우연히 주어지는 것이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는 늘 말하곤 하지요.

그러나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계보도 있지요.

여기 가장 고귀한 지성의 가족들이 있어요.

그대가 어느 가족에 입양되기를 원하는지 스스로 선택하시오.

그러면 그대는 그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재산도 물려받게 될 것이오.

그리고 그 재산은 쩨쩨하고 인색하게 지키지 않아도 될 것이오.

그 재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줄수록 더 불어날 테니까요.

------------------------------------------------------ ( 2012-03-11 17:16 )
p.96

그러나 디오게네스는 하나밖에 없는 노예가 도망쳤다는 보고를 들으면서

그를 도로 데려오는 것을 별로 보람 있는 일로 여기지 않았네.

"마네스는 디오게네스 없이 살 수 있다는데,

디오게네스가 마네스 없이 살 수 없다면야 창피한 일이지" 라고 그는 말했네.

내가 보기에 그의 말은 이런 뜻인 것 같네.

"운명이여, 네 할 일이나 하라. 너는 디오게네스에게는 볼 일이 없을 것이다.

내 노예가 달아났다고? 그가 달아남으로써 실제로 해방된 것은 나란 말이야."

------------------------------------------------------ ( 2012-03-13 16:51 )

야~ 노예가 주인 잘 만나서 이름이 2천년 넘는 시간을 뛰어 넘어 남아 있네

------------------------------------------------------ ( 2012-03-13 16:52 )

p.120

하지만 사생활에서 슬픔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네.

가끔 우리는 인류에 대한 증오심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라네.

순박함은 드물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으며,

성실함은 이익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너무도 희귀하며,

성공한 범죄들이 얼마나 많으며,

방탕한 생활의 가증스런 이익과 손실은 또 얼마나 많으며,

야망은 적당한 한계 안에 머물지 않고 야바위로 빛을 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음은 점점 더 밤으로 빠져들며,

마치 미덕들이 지닌 가치가 전도되어 더 이상 가지기를 바랄 수도 없고

  또 가져보았자 도움이 안 될 것처럼 어둠에 휩싸인다네.


우리는 대중의 모든 악덕을 가증스런 것이 아니라 가소로운 것으로 보도록,

그리고 헤라클레이토스보다는 데모크리토스를 모방하도록 자신을 훈련해야 하네.

헤라클레이토스는 군중 사이로 들어갔을 때 울었으나 데모크리토스는 웃었기 때문이네.

전자에게는 우리의 모든 활동이 재앙으로 보였으나,

후자에게는 어리석은 짓으로 보였던 것이네.

따라서 우리는 모든 것을 가볍게 받아들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참고 견뎌야 하네.

인생을 우는 것보다는 웃는 것이 더 인간답기 때문이네.


------------------------------------------------------ ( 2012-03-13 16:54 )

p.125

가끔은 자기 자신 속으로 물러나야 하네.

부류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는 잘 정돈된 것을 흐트러뜨리고,

격정을 다시 깨우고,

아직 완치되지 못한 정신적 상처를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네.

하지만 고독과 교제는 서로 혼합되고 교체되어야 하네.

고독은 우리로 하여금 사람을 그리워하게 만들고,

교제는 우리 자신을 그리워하게 만드네.

이것들은 서로 치료제가 되어준다네.

군중에 대한 증오심은 고독이 치유해주고,

고독에 대한 염증은 군중이 치유해주니까 말일세.

------------------------------------------------------ ( 2012-03-13 16: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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